[일반]

[심연의 영화] (스포 주의) <네크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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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킷 |  2023-08-29 19:13:55 추천 비추 신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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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영화는 굳이 존재를 알 필요도 없고, 볼 필요도 없는 말 그대로 심연에 묻혀있던 영화를 꺼내 리뷰를 해보는 글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그냥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구나, 만 알고 계시는 것이 좋습니다]

※Warning : 해당 영화는 구글에서 검색 시 매우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나옵니다. 비위가 좋지 않거나, 안구 테러를 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은 그냥 '이런 영화가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알아두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매우 이롭습니다

이를 어길 시 발생하는 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놉시스
-로버트는 독일에서 시체 처리반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에겐 베티라고 하는 연인이 있지만, 이 둘에게는 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성벽이 있습니다

바로 죽은 시체에 성적으로 흥분하는 네크로필리아 들이라는 것이었죠

로버트는 자신과 베티를 위해 죽은 시신의 일부를 집으로 가져와 알코올 병에 담아 두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버트가 익사체를 몰래 자신의 집으로 가져오면서 이들에겐 커다란 변화가 생깁니다


1.고어 영화로 어디까지 표현이 가능한가?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독일의 3대 고어 영화 감독이 있습니다

<바이올런트 쉿> 시리즈로 유명한 안드레아스 쉬나스 감독 /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며 자신만의 스타일리쉬함을 뽐내는 올라프 이텐바흐 감독 /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영화의 감독이자, 고어로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는 요르그 뷰트게라이트 감독이죠

일단 소재부터가.... 어지간한 영화에선 감히 꺼내기조차 힘든 소재입니다.

사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마냥 '변태성욕자들을 위한 영화' 라고 매도하는 건 좀 슬픈 일입니다. 의외로 뜯어보면 감독 나름의 메세지가 굉장히 잘 녹아있는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2.관계의 단절에 대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대와 소통을 합니다

그것이 대화이건, 몸짓이건, 눈빛이건, 혹은 메신저를 통해서 이던 간에 말이죠
그런데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죽은 시체' 와 사랑을 나누는 인물들이에요. 그리고 이런 양상은 '일방적인 소통' 에 대한 것을 은유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대에게 말을 하고, 그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하겠지만, 이미 생명이 꺼진 시신에게 내가 아무리 말을 건네고 표현을 하려 해도 시신이 반응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일방적인 소통의 관계' 일 수 밖에 없고, 또한 그런 관계에서 안정감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애초에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요

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베티가 침대에서 시체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내가 이렇게나 널 사랑하고 있어' 를 일방적으로 표현하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후 로버트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자, 베티는 그에게 크게 화를 내고는 그가 가져온 시체를 가지고 떠나버립니다

로버트는 당연히도 슬픔에 괴로워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베티가 나를 떠났다' 보다는 '시체가 사라졌다' 라는 사실에 더 괴로워 하고 있음을 은근하게 보여줍니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일방적인 소통이니까요. 후반부에 길거리의 매춘부에게 접근해 그녀와 공동묘지에 가는 것은 로버트의 입장에선 지극히 당연한 장면이라고 생각됐어요

공동묘지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니, 로버트에겐 이곳이 그 어느 곳보다 로맨틱한 장소일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됐습니다


3.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영화는 첫 시작부터 이런 문구와 함께 질문을 던집니다

"타인의 죽음으로 살아가지 않는 삶은 대체 어떠한 삶인가?" -by V.L. 컴튼

인간은 현재 지구상에서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달한 동물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동, 식물을 모두 포함해서 우리가 먹는 모든 것들은 어찌 보면 다른 생물의 죽음으로 인해 얻어지는 것들이죠
(물론 우유나 치즈 같은 것들은 제외하고)

영화에선 로버트와 베티가 서로 시체를 가지고 애정 행각을 벌인 후 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전 이 장면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성욕이 종의 번식을 위해 존재한다면, 식욕은 종의 유지를 위해 존재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모두 죽어간 생명에 의해 이어가는 것이니, 그 죽음을 사랑하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겠냐 하는 느낌이었어요

이 죽음과 삶에 대한 순환 고리는 영화 중반부에서 복선이 한 번 깔리고 후반부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로버트가 TV로 본 토끼의 도살 장면이 중반부에 한 번 나온 후 마지막 로버트의 죽음에서 로버트가 죽어갈수록 도살된 토끼의 영상은 역으로 재생되면서 결국 마지막엔 완전히 다시 살아나는 장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다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의 유지, 혹은 탄생이 있다 라는 의미이겠죠

제가 살면서 공포 영화를 보고 일종의 컬쳐 쇼크를 느낀 적이 두 번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비디오드롬> / 또 하나가 바로 이 영화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문자 그대로) 고어 영화라는 것이 단순히 잔인하고 역겨운 장면만 늘어놓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p.s 감독이 이 영화의 후속편도 찍었습니다만, 솔직히 1편보다는 좀 못한 감이 강했네요

1편도 마지막 장면이 좀 충격이긴 하지만 2편의 충격은 1편을 더 뛰어넘기는 합니다.....만 단순히 그런 충격을 위한 빌드 업을 진행한 것 같아 딱히 마음에 들지 않네요

p.s2 개인적으로는 이 감독의 영화 중에서 <슈람> 이라는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 영화도 한 번 소개해보고 싶네요
* 출처 : 글쓴이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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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클로즈업한 사진 jpg #텍스트, 문자 #책 #만화 #포스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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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팅부동
영화 한편 본거 같네요 글 잘쓰네요 혹시 평론가세요?
2 0 추천 비추 신고 대댓글 2023-08-30 14:31:42
테킷
칭찬 감사합니다 평론가가 되고 싶은 그냥 방구석 리뷰어에요 ㅋㅋㅋ;
2 0 추천 비추 신고 2023-08-30 14:47:30
팅부동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전하고픈 메세지를 읽는다는건 굉장한거 같네요 어릴때는 고어물 즐겨 봤는데 지금은 감흥이 없음ㅠ
2 0 추천 비추 신고 대댓글 2023-08-30 15:11:34
테킷
사실 저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여전히 공부 중이긴 해요 ㅠ.ㅠ
1 0 추천 비추 신고 2023-08-30 16: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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