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랑 이라는 소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존재해왔고 또 이만큼 흥미진진한 소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해볼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도 표면상으로는 그렇게 보이긴 해요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신부, 결국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살인과 파국. 여기에 뱀파이어 신부라는 오묘한 소재까지.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도 여운을 곱씹어 보니 이상하게 이 영화가 갑자기 머리 속에 맴돌더라고요
뭣보다 둘 다 비슷한 박찬욱 표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박찬욱 감독의 빠돌이인 점도 한몫 하긴 했지만요 ㅎㅎ;;
줄거리를 이야기 해보자면 상현 (송강호) 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입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회의감을 느끼고 자살이나 다름 없는 백신 실험에 자원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망하게 됩니다.....만
수혈 받은 피로 인해 뱀파이어로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문제는 그의 직업이 신부라는 사실이죠. 그는 이러한 사실에 괴로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기도를 간청한 라 여사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찾아간 환자가 알고 보니 어린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 라 강우 (신하균) 였고,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강우의 아내인 태주 (김옥빈) 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족이긴 하지만, 태주는 사실상 이 집안에서 기르는 반려 동물이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고 있었고 여기에 잔뜩 지쳐있던 상황이었죠
그리고 결국 이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복수는 나의 것> 에서 송강호가 신하균을 죽이는 역할이었는데 여기서도 상현이 강우를 죽이는 역할을 맡은 걸 보면 이거 살짝 노린 건가.... 싶기도 하지만 기분탓이겠죠
누구보다 금욕적으로 살아야 하는 신부가 '피에 대한 욕구' 로 살아가는 뱀파이어가 되어버렸고, 자신의 말마따나 '욕망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상황 / 그리고 이 지옥 같은 집안에서 자신을 꺼내줄 구원으로서 상현을 선택하는 태주
금기 앞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애처롭게 무너지는 인간 군상과, '타락함으로서 자유로워지는' 태주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전개가 도저히 예상이 안 되다 보니 정말 이만큼 빠져들어 본 영화도 간만이었던 것 같네요
물론 여기에 박찬욱 감독님 특유의 은유적인 대사와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애초에 이 감독님 영화가 호불호가 좀 갈리긴 하지만 이 영화는 특히나 더 그럴 것 같긴 하네요 :(
그래도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