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본즈 앤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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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킷 |  2023-08-15 17:35:37 추천 비추 신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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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보이는 것만 찍으면, 당신은 TV 영화를 만들 뿐이다 
 -by 장 뤽 고다르 

 평점 : ★★★★☆ 

 한 줄 평 : 널 위해서 내가 사랑의 세계 속 괴물이 되어 줄게 

 시놉시스 

 -18살이 된 매런.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떠나게 됩니다 

그녀에게는 자신도 조절하기 어려운, '식인' 이라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죠 

 그녀에게 남은 건 약간의 돈과 출생 신고서 뿐. 그걸 단서 삼아 매런은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고, 그 길 위에서 자신과 똑같은 본능을 가진 소년 리를 만나게 됩니다

 1.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 

 -영화의 겉모습은 '소녀가 소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는 전형적인 '보이 미트 걸' 형식의 이야기를 취합니다 

 여기에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는 '로드 무비' 의 전개로 움직이는 건 덤이구요 

 매런은 끊임없이 자신의 본능에 대해 두려워 합니다 

 혹시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해치지는 않을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고개를 드는 본능을 억제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목말라 합니다

 매런은 극 중 자신의 아버지가 남겨준 점퍼를 입고 다니는데, 이걸 벗는 시점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가 살았던 집에 가기 직전 입니다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자신의 어머니와 마주하겠다는 그녀의 결심을 보여주는 장치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서 주인공처럼 식인을 하는 자들을 '이터' 라는 명칭으로 부르는데 매런은 초반 자신을 알아본 설리번에게 도움을 받게 됩니다 

 초면에 설리번이라는 노인에게 도움을 받지만, 그녀는 다음날 곧 그를 떠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자신이 그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지 않나 싶네요 

 이 영화가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하는 것 역시 그녀의 정체성이 일반 사회에는 녹아들 수 없는 '외톨이' 이기 때문에 그곳이 어디가 됐던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한 일종의 여정으로 보였습니다 

 2.관계에 대하여 

 -극 중 설리번이라는 노인은 자신을 3인칭으로 부릅니다 
 그는 자신의 입으로 '친구들은 날 설리라고 부른다' 라며 스스로를 설리라고 칭하죠 

재미있는 건 매런은 그의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듯 보이지만요 
 어찌 보면 그가 이 영화의 빌런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반대로 설리번도 굉장히 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내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그의 친구들, 그리고 친구들이 부르는 호칭으로 자신을 칭한다는 건 반대로 뒤집어 말하면 '설리번도 타인과의 평범한 관계를 갈구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으니까요 

 특히 그가 늘 지니고 다니는 어떤 물건은 스스로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고 말한 부분에서, 여태껏 자신에게 희생당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잊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영화 내에서 이러한 '타인과의 관계' 는 계속 은은하게 강조됩니다 

 매런은 자신을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떠난 부모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자 발버둥을 치죠 

 그건 매런의 연인이 되는 리도 다를 건 없습니다 

 집을 나와서 떠돌며 노숙을 하는 리 역시도 누구보다 여동생을 아끼지만, 자신의 본능을 이기지 못해 혹시라도 여동생을 해칠까 봐 아주 가끔 그녀를 만날 뿐이에요 

 소중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의 거리를 둔다는 그들의 마음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어울려 아름다운 미국의 풍경 속에 은은히 떠돌게 됩니다 


 3.누군가를 먹는다는 것 

 -매런과 리가 여행 중 만난 또 다른 이터는 '뼈를 남기고 먹는 것과 뼈까지 모두 먹는 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라는 말을 합니다 

 어딘가 은은한 광기가 서린 눈빛과 기분 나쁜 배경 음악이 맞물려 스산한 호러 분위기를 내뿜는 장면이긴 하지만, 전 그의 이 대사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어요 

 식인 행위는 어느 부족들에겐 '먹히는 대상의 능력과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종의 의식 같은 행위였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몸을 내어주고 먹게 만든다면, 이 또한 사랑이지 않겠냐고 말하는 느낌이었어요 

 세상에 머물 공간이 없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먹힘으로서 그 사람의 육체 속에서 영원히 함께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들에겐 이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끝으로, 이 영화에서 제 감성을 가장 울렸던 대사를 남기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 안 해?]
[널 사랑한다는 생각 뿐이야.]



* 출처 : 글쓴이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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