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영화는 굳이 존재를 알 필요도 없고, 볼 필요도 없는 말 그대로 심연에 묻혀있던 영화를 꺼내 리뷰를 해보는 글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그냥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구나, 만 알고 계시는 것이 좋습니다]
평점 : ★★★▲☆☆ (3.5)
한 줄 평 : 침묵으로 무너트리고 고통으로 쌓아 올린다
시놉시스
-로라의 일상은 평온하지 않습니다. 남친인 앙투안의 행동은 예전과는 달리 차가워 졌으며 친구인 줄리안은 앙투안과는 헤어지고 자신과 연애를 하자며 그녀를 유혹합니다
아무도 그녀의 심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 암울한 어느 날, 그녀는 문득 천장의 벽지가 변색된 것을 발견하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칩니다
그리고 이후, 고독과 외로움이 짙어질수록 그녀의 몸에는 서서히 끔찍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1.극한의 미니멀리즘
-고독, 외로움에서 오는 고통으로 인해 몸에 변화가 생긴다는 전개는 바로 이전에 리뷰한 에릭 잉글랜드 감독의 영화 <컨트랙티드>와 상당히 유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와는 약간 다른 차이점이 있어요
영화의 배경은 시종일관 로라의 집 안으로만 한정됩니다
물론 제작비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컨트랙티드>가 사만다와 주변 인물간의 관계에서 오는 드라마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의 경우 철저하게 주인공인 로라의 이야기에만 집중합니다
영화의 배경을 로라의 집으로만 한정하면서 그녀의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적 장치로서 활용하고 있어요
로라의 연인인 앙투안과 친구 줄리안은 모두 '그녀의 집 밖' 에서 그녀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들입니다
결국 그 어디보다 그녀에게 편안해야 할 그녀의 집은, 그녀에게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걸 방증하게 되버립니다
2.본격적인 중반부 이후
-로라는 영화의 시작 지점에서 자신이 예전에 하던 점토 예술을 포기한 상태로 표현됩니다
예술가에게 창작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 은 아닐까 싶어요
누구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 할 뿐더러, 이해해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녀의 감정과 행동은 타인에 의해서 좌지우지 될 뿐이죠
이렇게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린 그녀의 몸은 손톱이 빠지고 하혈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말 그대로 서서히 부패해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는 제작비의 대부분을 여기에 쏟아부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비주얼을 선사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피부에 구더기가 들끓는데도 불구하고 공포나 분노가 아닌 무미건조하게 제거하는 장면은 이미 그 모든 것을 넘어 그저 허무에 잠식된 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또한 이젠 그 누구도 그녀를 구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죠
3.분장과 음악의 캐리
-일단 음악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상당히 구슬픈 느낌의 현악기 음악을 상당히 자주 이용합니다
대사가 굉장히 적은 영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슬픈 음악으로 주인공인 로라가 겪는 아픔과 슬픔, 고통, 체념 등등을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저예산 영화이지만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어요
분장은..... 나름 살면서 참 별의별 영화를 다 봤다고 생각한 저였지만, 이 영화의 특수 효과는 상당한 수준에 이릅니다
앞에서 말했죠? 제작비를 전부 여기에 쏟아부은 것 같다고.
조금만 힘을 가해도 부러져 버리는 가련한 육체와, 그런 육체라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 그녀의 몸짓에서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어디서 봤냐고 댓글이 달릴 것 같아 말하자면, 구글에 영어로 검색하면 나옵니다......만 굳이...봐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