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Sidney?"
故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1996년 작 <스크림> 시리즈는 슬래셔 호러의 완벽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됩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스크림>이 기존 슬래셔 호러의 모든 클리셰를 비틀고 꼬집으며 뒤엎었기 때문이었어요
과묵한 살인마가 아니라 전화로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피해자와 일종의 게임을 하고, 상대의 저항에 맞으면 아파하며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고 구르는 등등
북미에서 엄청난 흥행을 함과 동시에 <스크림> 시리즈는 슬래셔 호러 이면서 동시에 '하이틴 호러' 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게 됩니다
물론 이에 따른 아류작도 많이 생산됐죠
로이스 던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짐 길레스피 감독의 1997년 작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는 그 중에서 가장 흥행으로는 성공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토리 자체는 <스크림>과 상당히 유사성을 띄는데, 이 영화의 스토리 작가가 <스크림> 시리즈로 대박을 터트렸던 케빈 윌리엄스라서 그래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외모 말고는 기억 나는게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ㅡ.ㅡ;;
그 외에도 제이미 블랭크스 감독의 1998년 작 <캠퍼스 레전드> 는 도시 전설에 슬래셔 호러를 접목 시킨 독특한 영화였고, 이 또한 흥행에 성공하며 속편이 나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슬래셔 호러가 그렇듯이 갈수록 평이 안 좋은 건 매한가지 였습니다 ㅡ.ㅡ
생각해보니 98년도에 <할로윈>의 20주년 기념작이자 7편 <할로윈 : H2O>가 개봉하기도 했네요
그나마 할로윈의 속편들 중에선 매우 호평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슬래셔 호러가 대부분 다 비슷한 내용만 가지는 건 아닙니다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 소설 / 버나드 로즈 감독의 1991년 작 <캔디맨> 은 도시 전설과 모호한 미스테리를 접목시켜 시종일관 음산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자랑하는 영화가 됐습니다
여기에 토니 토드가 연기한 '캔디맨' 이라는 캐릭터는 호러 영화에서 드물게 '흑인 살인마' 라는 정체성과 간지가 넘쳐 흐르는 모습 덕에 수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죠
정작 원작자인 클라이브 바커는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요
<스크림>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자 국내 영화판에서도 슬래셔 호러 붐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김인수 감독의 <해변으로 가다> 는 지금은 맹활약 중인 배우들의 풋풋한 신인 시절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지만 흥행과 비평에선 그저 <스크림>을 따라잡기에 급급했다는 평을 면할 수 없었죠
김기훈 감독의 <찍히면 죽는다>의 경우..... 정말 한국 호러 영화 중에선 손꼽히는 망작이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ㅡ.ㅡ;;
오죽하면 <찍은놈 죽는다> 라는 멸칭으로까지 불렸을까요
그나마 안병기 감독의 <가위>는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후에도 <폰>, <아파트> 등으로 호러 영화 전문 감독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슬래셔 호러는 한동안 명맥이 끊기는가 싶다가 데미안 리온 감독의 <테리파이어(2017)>가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게 됩니다
이 영화가 유명해진 이유는 아무래도 '상당히 강도 높은 고어씬' 에 있겠죠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나름 독특한 캐릭터와 슬래셔 호러의 클리셰를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린 감독의 능력이 시너지를 일으킨 것도 어느 정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원래 이 영화 속 캐릭터인 아트 더 클라운은 감독의 이전 영화 <All hallow's eve (국내 출시명 할로윈:살인 영상)> 에서 먼저 선보인 바가 있습니다
2편은 훨씬 더 잔혹해지고 스케일도 커졌는데 쿠키 영상을 보니 이것도 작정하고 시리즈화 하려는 것 같네요
애덤 그린 감독의 <손도끼(2006)> 시리즈는 '올드 스쿨 아메리칸 호러' 를 표방한 슬래셔 영화입니다
강도 높은 고어씬의 슬래셔 호러, 라는 특징은 사실 <테리파이어> 보다는 이쪽이 더 빨라요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테리파이어>는 '좀 더 사실적인 고어' 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손도끼> 시리즈의 경우 '지극히 과장된 고어' 즉 '스플래터적 연출' 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설정을 보면 다른 영화에서 따온 부분들이 상당수 보여요
살인마 빅터 크로울리의 과거는 <13일의 금요일> / 아이들의 장난으로 인해 집에 불이 붙었다는 설정은 <버닝> / 여기에 영화에 등장하는 늪지대는 미국의 뉴올리언스에 실존하는 '맨착 늪지대' 로 보입니다
(맨착 늪지대는 세계 13대 마경 중의 하나로 손꼽히며 실제로 여길 밤에 보트를 타고 지나가는 투어 상품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유령의 목소리가 녹음됐다는 영상이 있긴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
슬래셔 호러 영화는 사실 '살인마' 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호러 영화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편이긴 합니다
적어도 괴물이나 외계인, 혹은 거대화한 야생 동물이나 떼로 몰려다니는 곤충, 좀비 등등에 비하면요
여기에 간판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이 아무래도 가장 큰 인기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저의 글은 여기까지며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호러 영화 장르 역사 소개로 돌아오겠습니다
아마 다음번엔 '고어/스플래터 영화의 역사' 에 대한 것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