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몇몇 라노벨 전문학교나 시나리오 세미나에 가봤지만
어디서든 '뛰어난 이야기'의 견본으로 "천공의 성 라퓨타"가 거론된다.
하지만 동세대 사람들이라면 기억하고 있겠지만
공개 당시 라퓨타의 흥행수입은 나우시카를 밑돌았고 '기대밖'이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후 여러번의 TV 방송을 거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개봉년도였던 86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의 50~60대 오타쿠에게 라퓨타 공개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와서 "미래소년 코난"을 보여줘봤자 말이지...라고 생각했다'
라는 느낌의 증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86년도에는 건담이 Z에서 ZZ로 바뀌었고 OVA가 붐을 이루었다.
북두의 권, 세인트 세이야, 드래곤볼 등의 점프계가 강세였던 파워풀한 시대였다.
왕도물이었지만 '소년이 어느날 만난 소녀를 다시 악당에게서 되찾기까지의 스토리'
로서는 코난을 보고, 칼리오스트로(이 이야기에서 루팡은 소년스러운 부분이 묘하게 강조되어있지 않았나?)를 보고
그 뒤 몇 년 후 라퓨타가 나왔으니까 확실히 '이제와서?' 라는 느낌이 당시 퍼져있었을지도.
당시 내 오타쿠 동료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비난일색이었다.
'지금까지 조금씩 꺼내던 자신의 아이디어 스케치 총집편이다'
'나우시카보다 표현도 이야기 구성도 진보되어있지 않다'
'나우시카 만화부터 완성시키고 해라' 등등.
그 정도로 기대를 많이 받은 편이었다.
(다들 토토로에서 손바닥을 뒤집었지만)
TV에서는 점프를 시작으로 소년지 원작이
OVA에서는 걸포스나 메가존23 파트2, 보톰즈나 엘가임 등의 메카물 스핀오프가 하던 시대에
확실히 정통파 보이미츠걸 모험담인 라퓨타는 낡아보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