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복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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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킷 |  2023-03-20 19:51:43 추천 비추 신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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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역시 이 감독은 자기 마음대로 찍어야 잘 찍는구나' 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이 영화는 아마 대중적으로는 가장 실패한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올드보이>처럼 빼어난 미장센과 배경 음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헤어질 결심> 처럼 마음을 울리는 감정선도 존재하지 않아요

동진 (송강호) 은 류 (신하균) 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류는 자신을 속이고 친누나를 죽게 만든 장기 밀매단에게 복수를 하고
그리고 다시 류의 연인인 영미 (배두나) 를 죽인 동진에게 복수 하려고 하는 어떤 이들.......

이 영화는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습니다
류는 선천적 청각 장애를 지니고 있고 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한 '착한 사람' 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기도 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인 누나를 위해 장기 밀매까지 하지만 떼어 먹히는 것도 모자라 돈까지 날린 이후

자신의 누나를 위해 신장 이식을 해준다는 기증자가 나타난다는 기가 막힐 상황에 처하죠

동진 역시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으며 자수성가로 사장이 되어 아내와 이혼하고 딸을 키워왔지만 한순간에 류 때문에 딸이 유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니 미치지 않을 수가 없죠

(게다가 동진의 딸이 죽은 것도 어쩌면 다른 사람이라면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류의 청각 장애로 인해 소리치는 걸 듣지 못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요)

결국 이들이 서로 복수를 다짐하고 또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려 하는 것도 이해가 가능한 선에서 이뤄집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감정이라는 건 가슴으로 하는 일이기에, 그 어느 쪽에도 이입할 수 없는 '아이러니' 가 발생하죠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고 또 박찬욱 감독 영화 중 최고라고 하는 이유는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를 철저히 배제하고
복수라는 뜨거운 감정을 이토록 차갑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같은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대중적인 재미 또한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복수라는 건 어디까지나 보는 사람에게나 재미있지, 정작 그 상황에 빠진 사람에겐 재미 있을 수 없으니까요)

마치 면도날을 혀로 핥는 느낌이었어요
냉정함과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이 영화는 제게 있어서는 앞으로도 박찬욱 감독 필모그라피에서 최고로 남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누군가에겐 최악일 수 있겠지만요
* 출처 : 글쓴이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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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강호 외 차 안에서 jpg #사람 #텍스트, 문자 #인간의 얼굴 #차량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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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잠좀자자
전 이거 진짜 재밌게 봤어요
추천 비추 신고 대댓글 2023-03-20 21:08:03
테킷
와 이거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 저 말고 처음 봐요 ㅋㅋㅋ;
추천 비추 신고 2023-03-21 19:06:06
B612
정성글 추! 이거 아직 못봤는데 꼭 봐야겠음
추천 비추 신고 대댓글 2023-03-21 08:03:53
테킷
취향이 엄청 갈리기도 하고 잔인한 장면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니까 보시기 전 꼭 주의하세요
추천 비추 신고 2023-03-21 19: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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