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르기 전에 나는 매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순서까지 세밀하게 정해져 있는, 도장을 찍은 것처럼 똑같은 패턴이다. 그런 행동을 통해서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다. 오후 3시 정도부터 게네랄프로베(합주 단체가 공연 전에 하는 마지막 총연습)를 시작해서 5시쯤 끝낸다. 그리고 가볍게 식사를 하고 45분간 가면假眠을 취한다. 그래서 대기실에는 반드시 침대를 준비해 달라고 말한다. 잠에서 깨면 화장실에 가고 담배를 피우고 수염을 깎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스트레칭을 한 다음 팬티와 양말을 전부 새것으로 갈아입은 후 옷을 입는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거의 공연 시작 15분 전이 된다.그 시간이 되면 사람들을 모두 대기실에서 내보낸다. 그런 다음 테이블 위에 수건을 깔고 피아노 건반을 떠올리며, 피아노 교본인 '하농'을 치는 시늉을 하며 손가락을 푼다. 공연 직전에 실제 피아노를 연주했다가 좋았던 기억은 한 번도 없다. 대기실에 있는 피아노로 손가락을 풀고 무대에 오른 적도 있지만, 대기실과 무대는 소리도 다르고 건반의 터치도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균형이 무너질 뿐이다. 그래서 피아노가 있든 없든, 수건 위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그런 다음 대기실에 있는 큰 거울에 온몸을 비추며 거울 안의 나에게 기운을 안겨 준다. 그리고 지금까지 최고로 긴장하고 가장 압박받은 순간을 잇달아 떠올린다.“체코 필하모니 관현악단과 연주했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순간도 극복하지 않았던가.”“칸Cannes에서는 어떠했는가? 그때도 잘 넘기지 않았던가.”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며 무사히 연주를 마친 순간을 떠올린다.“네 음악은 세계 제일이다. 그 음악을 연주하는 너는 세계 최고이다. 다녀와라!”마지막으로 이렇게 기합을 넣고 대기실을 나선다. 이것이 대강의 패턴이다. 공연장이나 공연 시간에 따라서 조금 다른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한다. 공연을 하기 전에는 항상 긴장하고 압박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연을 하기 전에 긴장도 없고 압박도 없는 일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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