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 '성검을 뽑으러 왔습니다'
노인 '음, 그럼 이쪽으로'
용사 '어? 저 바위에 꽂힌 게 성검 아닌가요?'
노인 '저건 가짜다.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성검이 있지'
용자 '그 말 뜻은...?'
노인 '뭐, 보면 알거라네. 요즘 같은 때에 용사 단독으로 성검을 쥐어주고 군대에 돌격시키는 짓은 유행도 아니고 비효율적이니까'
용사 '여긴 지하실...대단히 넓은 공간이군요'
노인 '신시대의 성검은 크니까 말이네'
용사 '크다? 그 성검은 어디에'
노인 '눈앞에 있다네'
용사 '어? 이건 기둥...금속?'
노인 '성검 수만자루에 필적하는 중량의 금속으로 벼려낸 신시대의 성검일세'
용사 '이건 거인이 아니면 들 수도 없겠는데요'
노인 '걱정말게. 들 필요는 없으니까. 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끝난다네.
물론 누르는 건 용사의 핏줄을 이은 자네뿐.
이미 왕국, 신전, 마법협회 수장들의 승인도 끝난 상태네'
용사 '어...그게 무슨'
노인 '이걸 말이네, 날리는 거라네. 마왕성에 처박는거지'
용사 '아니, 설마. 이런 금속 덩어리가 날 수 있을리가...'
노인 '...'
용사 '난단 말입니까...'
노인 '남은 건 결단뿐이라네. 용기 있는 결단을 말이네'
용사 '참고로 마왕성은 어떻게 되는거죠?'
노인 '마왕성 주변은 산산조각이나 날아가겠지. 끝에 꽂혀있는 성검이 마왕성의 결계를 깨부술 테니 틀림없이...'
용사 '와, 진짜 있네...'
훗날, 용사는 말했다.
겨우 손가락 하나로 마왕성을 날려버리고 주변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일방적이고 무자비했다.
확실히 이런 방법이라면 이쪽의 희생도 최저한으로 끝날 것이다.
얻을 수 있는 전과는 막대했다.
이것으로 마왕군에게 멸망당할 걱정도 없다.
하지만 이 어찌할 도리도 없이 씁쓸한 뒷맛은 무엇일까.
진짜 이러면 되었던 걸까...라고.
마왕성에 집결했던 마왕군은 모두 증발했다.
그 어떤 방어도 마법도 압도적 파괴력 앞에선 소멸하는 시간만 늦추어줄 뿐이었고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인간측이 열세를 뒤엎기 위해 왕국군을 미끼로 써서 성검을 든 용사가 은밀하게 단기로 올 것이라는 정보만을 믿은 결과였다...
용사는 여행을 떠났다.
세계를 구할 방법이 그밖에 또 있지 않았을까하며.
세간에선 왕국군이 마왕군을 유인한 틈에 결사의 각오로 용사가 단기로 마왕성에 돌격하여
성검이 부서지면서도 성스러운 힘을 발휘해서 마왕군을 모두 불태워 없앴다고 전해졌다.
용사의 용기와 성검의 희생은 전설이 되어 회자되었다...
세상이 영웅담으로 기뻐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사이
계속해서 부풀어 오르는 죄책감으로 마음이 조여드는 용사의 여로는
마왕군이 있었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자신이 저지른 짓에 두려움을 느끼며 고뇌를 안은채 계속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용사는 간신히 살아남은 마물의 아이를 찾아 기르게 되었다고 하지만
왕국측은 그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았다...
성검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