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십, 겨울 열 여덟.
여름 이십
겨울 열 여덟
해 지는 내음이 난다.
주먹에도 가려지는 저 동그라미는
둥근 무덤, 동그란 분수보다
지구를 몇 바퀴 돌 만큼 크다고 한다.
동그라미의 선 끝이 닳아지고
맨 눈으로 희미하게 보일 즈음
네가 넘어갔다.
기억이 또렷한건
'이름은 참 이뻐 노을이라.'
시간도, 계절도 잊혀지고, 잊어버려
어느 때였는지 알 수가 없어.
그저 그 한 마디가 맴 돌 뿐.
삼 백하고도 육십 다섯 번 다른 시간을 넘어,
하루를 늘 해질 녘에 산다.
노을이 넘어가는게
산이 매번 까치발 들어 해를 가리는건 아닐까,
매번 닿는 힘이 다르단 가정(假定).
그러다 선 닳은 동그라미 다 사라져
'점'조차 못 되어도 보일테지.
점점.
뒤로 숨는 빛이 너의 인사라고.
손을 어깨까지만 들면 지구, 온 산능성이가
까치발을 '치켜들어' 굳이 방해를 한다.
밤 오는 내음이 난다.
여름밤이 되기 네시간 전
겨울밤이 오기 여섯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