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킬링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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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킷 |  2023-09-01 18:43:39 추천 비추 신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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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매우, 매우, 매우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영화도 허락되어야 한다
-by 데이비드 린치

평점 : ★★★★★

한 줄 평 : 비극 앞에 당당해질 수 없는 인류의 초상


시놉시스
-스티븐은 심장외과 전문의로서 살아가는 유능한 의사입니다. 그에겐 아름다운 안내와 딸,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죠

그는 우연히 알게 된 마틴이라는 소년을 챙겨줍니다. 처음에는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마틴

하지만 그가 본심을 드러내면서 스티븐의 가족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1.모든 인류에게 찾아올 수 있는 이야기

-일단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리스의 에우리피데스가 쓴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면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이 비극에서 모티브를 따 왔기 때문이지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신탁이 내려오니, 그가 예전에 아르테미스의 신성한 숫사슴을 죽인 죄로 인해 그 죄를 씻어야만 원정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결국 아가멤논은 고민 끝에 자신의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기로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죄가 없는 그녀를 아르테미스는 불쌍히 여겨 바꿔치기 하고 자신의 사제로 삼게 됩니다

후에 이 일을 알게 된 아가멤논의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앙심을 품고, 아가멤논이 돌아오자 그를  살해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걸 깨달은 아들 오레스테스가 이번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합니다


2.스티븐 vs 마틴,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마틴의 행위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마틴' 을 비극 속 '아르테미스' 혹은 그에 준하는 신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도 볼 수는 있겠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일단 스티븐의 이야기를 먼저 보자면, 그는 원작의 아가멤논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은 맞습니다
집 안에서 그는 매우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일 뿐더러, 자신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신 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는 듯한 대사를 매우 자주 해요

그가 마틴에게 잘 대해주는 것 역시 자신이 이전에 저지를 '죄' 로 인한 죄책감에서 오는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틴' 의 목적은 정말 단순한 복수였을까요?
그것도 맞긴 하지만, 그리 단순한 복수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틴의 행동은 일견 등가교환 식으로 진행됩니다
스티븐에게 시계를 선물 받으면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선물하고, 자신을 집으로 초대해준 스티븐에게 답례로 이번엔 마틴이 스티븐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등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신의 몸에 난 체모를 밥에게 보여주고, 다시 스티븐의 몸에 난 체모를 확인하면서 마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요구하는 느낌이었어요

(스티븐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을 때 마틴은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있을 적 같이 보았던 영화를 스티븐과 같이 보기를 요구합니다)

마틴의 초기 목적은 스티븐에게 자신의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스티븐이 지은 죄를 속죄하길 원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후 낌새가 이상함을 느끼고 스티븐이 자신을 피하자 마틴은 결국 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티븐의 아내인 안나가 왜 내 가족에게 이러냐고 묻자 이 영화에서 유명한, 스파게티 장면이 나옵니다

안나의 앞에서 태연하게 스파게티를 먹으며 '내가 스파게티 먹는 습관이 온전히 나만의 것 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라고 말하는 마틴

이 장면이 의미하는 건 '당신의 남편이 지은 죄가 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당신의 가족이 물려 받아라' 라고 하는 일종의 연좌제의 의미를 가집니다

마치 아가멤논이 자신이 지은 죄를 씻기 위해 딸을 제물로 바친 것 처럼요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마틴의 존재가 신에 준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쌓은 업보의 의인화' 라고 한다면, 이는 결국 쌓아온 업보가 스티븐의 가족으로 대표되는 인류에게 닥쳐오는 것 아니겠나, 하는 해석이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마틴이 정말 스티븐 가족의 죽음을 원했다면 그는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틴은 스티븐의 권위를 철저히 무너트리는 쪽으로 복수를 진행합니다

초반엔 자기 가족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간섭하고 명령하던 스티븐이 후반부에 결국 완전히 무너지고 우는 장면 등은 바로 권력자의 나약함 등의 민낯을 의미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후반부 '룰렛' 장면에서 자신의 눈을 스스로 가림으로서 끝까지 자신의 죄를 어떻게던 회피하려는 그의 모습은 추악하기까지 한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3.그럼에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영화 속 카메라는 하이 앵글, 혹은 로우 앵글로 스티븐의 뒤를 따라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마치 관객이 이 모든 비극을 스크린 밖에서 지켜보는 '신' 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상당히 묘했어요
여기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신경을 긁는 듯한 현악기 연주는 평온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극도로 증폭시킵니다

마치 일상에 잠들어 있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해온 그 모든 업보가 여전히 그들을 지켜보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나 무미건조하고 차갑지만 한 편으로는 날카로운 복수극을 그려내는 감독의 능력에 그저 박수가 쳐질 뿐입니다
* 출처 : 글쓴이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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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콜린 패럴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 jpg #텍스트, 문자 #동물의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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