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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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킷 |  2023-10-05 00:14:45 추천 비추 신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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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암흑이 얼마나 클지라도 우리는 우리만의 빛을 찾아야 한다 - by 스탠리 큐브릭


평점 : ★★★☆☆

한 줄 평 : 질주하는 영상과 저 멀리에 넘어진 메세지


시놉시스
-아제와 카이팅은 사이 좋은 커플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부터 이들의 일상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정체불명의 앨빈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갑자기 미쳐버리기 시작하고 곧 이들은 비감염자들을 잔인하게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휴가를 내서 집에 있던 아제와 회사로 출근 도중 지하철 안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 현장과 마주하게 된 카이팅

이제 이들은 아비규환의 도시에서 살아남아야만 합니다


1.비슷한 내용, 비교 불가의 수위
-바이러스와 이로 인해 미쳐버린 사람들, 이라는 내용에서 데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에> 를 떠올리게 했던 영화입니다
그 말인 즉슨, <새벽의 저주> 같은 좀비 영화와도 많이 닮아있죠
(많은 분들이 이 영화와 <28일 후에>를 좀비 영화로 착각하시던데, 엄밀히 따지면 좀비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이 영화는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만 영화의 틀을, 혹은 선입견을 깨려고 한 것인지 상당히 잔혹한 고어씬을 선보입니다.

신체 훼손이나 절단은 기본이고 사실상 카메라에 거의 피를 들이붓다시피 하는 장면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여기에 지하철 장면이 특히나 압권인데, 앞에서 감염자들에게 미친듯이 쫓기는 아제의 모습을 보여주면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에서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다를 것 없는 지하철 장면의 초반부를 보여줌으로서

일부러 대비시켜 '도망갈 곳도 한정적인 이 곳에서 이번엔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거지?' 라는 불안감을 조성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감독은 <세르비안 필름> 에도 나왔던 어느 장면을 이 영화에서 재현하면서 그 끔찍한 수위의 방점을 찍습니다

보통 이 정도 수위의 영화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영화가 아닌 이상 찾기가 힘들었는데 (그마저도 요새는 대체로 B급인 경우가 허다하고) 상상 이상이라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네요


2.힘 빠지는 중반부 이후
-다만 아쉬운 건 중반부 이후로는 앞에서 밀어 붙이던 그 파워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초반부에 흘리듯 복선을 던져주고 바로 숨 쉴 틈 없이 몰아가더니 중반부 이후로는 일반적인 좀비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줘요

여기에 이 영화 최대의 빌런이라고 볼 수 있는 캐릭터가 하는 대사는 그냥 그 자체가 궤변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이타적인 캐릭터들도 등장합니다
누군가가 살해 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이걸 핸드폰으로 찍거나, 자기 혼자 살겠다고 트롤 짓을 하거나, 그마저도 아니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싸움을 벌이는 인간 군상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줘요

그런 사람을 죽자 살자 쫓아오던 감염자 빌런이 갑자기 '너도 우리랑 다를 바 없어' 라고 하는 말은 굉장히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심지어 이 대사가 나오는 것도 본인이 죽을 것 같으니까 어떻게던 살아보겠다고 내뱉는 말에 불과한 느낌이 들어서 더 같잖게 느껴져요


3.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메세지
-영화의 제목은 통곡할 곡, 슬플 비 자를 쓰고 있습니다. 통곡이 나올 정도의 깊은 슬픔이라는 뜻이겠죠. 영어 제목도 The sadness 인 걸 보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해집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람과 사람 간의 단절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고, 살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이 상황이 슬프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메세지가 영화에서 딱히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의 모습은 <새벽의 저주> 같은 좀비 영화와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문제는, <새벽의 저주>의 경우 원작 영화인 조지 A.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 과는 다르게 사회 비판적 메세지를 몽땅 들어낸 오락 영화에요

그렇다고 해서 <28일 후에> 처럼 감염자가 아닌 비감염자의 이기심과 잔혹성을 조명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결국 영화의 전개는 '절체절명의 도시에서 두 주인공의 살아남기 위한 사투' 를 장르적으로 재미있게 보일 수 있도록 그려낼 뿐입니다

감독이 의도하고자 했던 그런 슬픔이라는 메세지는 영화에서 애초에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연인 관계' 에 한정되어 있어요

차라리 좀비 영화의 흔한 클리셰 중 하나인 관계의 단절-아무리 가족이나 친구, 연인, 이웃이라 할 지라도 좀비가 되는 순간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비추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롭 자바즈 감독은 대만 영화 심의에 한계까지 도전해보고 싶었던 듯 해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욕심이었을 뿐, 결과물은 그의 의도를 충분하게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게 데뷔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렇다고 아예 완전 꽝은 아니었어요
적어도 오락적인 재미는 충분히 보장하니까요
* 출처 : 글쓴이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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