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고어의 왕, 루치오 풀치
-의외로 이태리는 한때 호러 영화의 강국으로 불렸던 나라입니다
이태리 영화계의 알파이자 오메가이자 유럽의 알프레드 히치콕으로 불렸던 마리오 바바, 지금도 지알로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다리오 아르젠토
그리고 비록 저 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기는 하지만 매니아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루치오 풀치 감독이 있죠
풀치 감독의 영화는 사실 취향이 안 맞는 분들에겐 권하기 어려운 영화이긴 합니다
치밀한 각본이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는 거리가 멀고, 고어 씬에 굉장히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의 고어 씬 연출은 다른 영화들과 궤를 달리 합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고어 씬이 단순히 '임팩트' 그 자체를 위한 장면이라면, 풀치의 영화들에서의 고어 씬은 '그 자체로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1981년 작 <비욘드>는 그의 필모그라피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시종일관 음산한 음악과 끊임없는 미스테리를 유발하는 스토리, 여기에 풀치 감독 특유의 고어 씬까지.
그리고 엔딩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는 것 까지, 이 영화는 그 자체로 굉장히 훌륭한 영화에요
물론 그의 다른 영화들도 나쁘지 않은 영화들은 많습니다
<시티 오브 리빙데드> 라던가 <세미트리> 등등은 나름 준수한 영화들이에요
2.한국에도 고어 영화가 존재할까?
-첫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 고어 영화의 역사는 1998년 작 <텔미썸딩>을 그 본격적인 시작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 관객들의 정서상 이런 영화는 종류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크게 흥행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저도 예전에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조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대체로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1)감정 이입하기 좋은 캐릭터와 스토리
2)휴먼 스토리적 감성이 녹아있다
정도의 공통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박재범 감독의 2000년 작 <씨어터>는 나름 기념비적인 영화가 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비록 흥행 실패에 비디오도 가위질이 심각하게 된 채로 출시하긴 했지만, 그 시도 만큼은 높이 사야하지 않나 싶어요
단순히 피가 넘치는 걸 넘어서 한국 영화에선 잘 연출하지 않는 신체 훼손과 절단 등의 수위 높은 장면들을 거침없이 등장시킨 영화였습니다
김진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2007년 작 <도살자>는 아마 현존하는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높은 수위를 자랑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작정하고 만들었다' 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에요
당연히 국내 개봉 및 출시 불가에 해외에서만 출시된 영화이며... 완성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드물지만 시도가 된다는 건, 그만큼 영화 제작의 환경 자체가 조금씩 바뀌어 가는 건 아닐까... 하는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긴 한데....어렵겠죠 :(
3.2천년대의 고어 영화들
-그나마 언더그라운드에 있던 수 많은 고어 영화들의 존재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된 영화를 꼽아보라면, 대표적으로 두 영화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네요
바로 제임스 완 감독의 <쏘우> 시리즈와 일라이 로스 감독의 <호스텔> 시리즈입니다
사실 <쏘우> 시리즈는 2편까지는 반전에 치중한 스릴러였지만... 3편부터 고어 씬의 비중이 점점 커져갔죠
덕분에 저도 1편 이후로는 학을 뗀 시리즈가 됐습니다... -_-)
대중들에게 고어 영화의 존재를 각인시킨 영화들이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두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두 영화의 존재로 인해서 '고어 영화 = 단순히 잔인한 걸 보기 위해 보는 영화' 라는 편견이 박힌 듯 해서요
'고어 영화가 원래 그런거 아냐?' 라고 하실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알고 보면 고어 영화에도 나름대로의 메타포를 넣어서 만든 영화들도 상당수 있기는 합니다
굳이 예를 들어보자면 요르그 뷰트게라이트 감독의 <네크로맨틱>, <슈람> / 파스칼 로지에 감독의 <마터스> 가 있겠죠
장르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 고어 영화에 대한 설명 위주로 진행했는데, 다음에는 스플래터 장르의 설명과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한 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