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서도 말했지만, 고어 영화와 스플래터 무비의 기원은 같습니다
허쉘 고든 루이스 감독의 1963년 작 영화 <피의 축제> 에서 시작을 했지만, 사실 이 영화 이후 한동안 '스플래터 무비' 라는 단어 자체는 아직 존재하기 이전 이었어요
게다가 70년대에 들어서 스플래터 영화는 한 차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영화 평론가 故 로저 이버트]
미국이 로저 이버트와 영국의 정치가 그레이엄 브라이트 의원 같은 사람들이 스플래터 영화에 대한 검열을 규제했기 때문이죠
로저 이버트는 당시에도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고 여기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니 아마 영화 제작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스플래터 무비' 라는 단어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현대 좀비 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故 조지 A. 로메로 감독]
로메로 감독의 '시체 시리즈 6부작' 중 2부이면서 동시에 잭 스나이더 감독이 리메이크 해서 크게 흥행한 영화 1978년 작 <시체들의 새벽>을 소개하면서 처음으로 '스플래터' 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계기였죠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유명한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지금도 '호러 영화 걸작 10' 안에 들어가는 영화이지만, 어디까지나 감독 본인이 자신의 영화를 소개할 때 쓴 단어에 불과했으니까요
단어 자체는 작가 존 맥카시가 쓴 책 [스플래터 영화들] 이라는 책이 발간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글을 쓴 지가 좀 오래되어 헷갈리실 분들을 위해 다시 정립하자면 고어와 스플래터의 공통점은 둘 다 신체 훼손 혹은 절단에서 오는 공포가 목적인 건 동일합니다
다만, 고어는 사실적인 특수 분장과 효과를 적극 기용하는데 반해, 스플래터는 좀 더 과장된 연출을 함으로서 역설적인 웃음을 노리는 것에 있어요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장르적 용어로는 스플래터가 맞습니다. 고어는 연출과 관련된 용어이며, 장르로 따진다면 스플래터가 고어를 포함하는 단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이쪽 계열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를 꼽아보자면 아마 피터 잭슨 감독의 <데드 얼라이브> 를 꼽을 수 있겠네요
이 영화가 스플래터 영화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것에 반대를 표하는 매니아들은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합니다
살점과 내장, 피가 분수처럼 튀는 와중에도 막나가는 B급 코미디와의 결합으로 인해 피칠갑을 잔뜩 한 상태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이 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죠
그리고 꽤 오랫동안 '가짜 피를 가장 많이 사용한 영화' 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아, 참고로 <반지의 제왕> 과 <킹콩>을 만든 그 피터 잭슨 감독이 맞습니다
지금은 샘스파 시리즈 등으로 헐리웃에서도 이름 날리고 있는 샘 레이미 감독이지만 그의 데뷔작은 지금도 호러 영화계에서 여전히 명작으로 추앙 받는 <이블 데드> 입니다
<케빈 인 더 우즈> 같은 영화에도 영향을 주었고 지금 봐도 음산한 분위기와 살벌한 연출, 그러면서도 코믹함을 살짝 곁들인 전개, 여기에 숲 속을 미친듯이 거칠게 질주하는 악령의 시점 시퀀스는 지금 봐도 감탄이 나오게 하는 영화였죠
2013년에 출시한 리부트가 <데드 얼라이브>를 제치고 '가짜 피를 가장 많이 쓴 영화' 로 새롭게 등재됐습니다
故 스튜어드 고든 감독과 브라이언 유즈나 제작 콤비, 그리고 제프리 콤즈라느 배우의 명연이 빛나는 영화 <좀비오> 는 지금 봐도 정말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마치 스노우 볼이 굴러가듯 계속해서 일이 점점 커져가는 전개와 예상치 못한 코믹함, 그리고 은은하게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감독의 연출력은 데뷔작임에도 그의 능력이 보통이 아님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영화였죠
고든 감독의 러브크래프트의 엄청난 팬이어서 그런지 이 영화 역시도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의 영화들이 대체로 러브크래프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옥인간> 이라는 영화가 단연 최고가 아닌가 싶네요
조지 A. 로메로 감독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음 번에는 '좀비 영화의 역사' 에 대해서 한 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