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땐 "엥...?"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원래 1999년에 나온 영화인데 무려 20년도 더 지나서 개봉이라니...?
그래도 영화 자체는 워낙 잘 만든 영화이기도 하니 옛날 생각도 나고 내용도 가물가물해서 다시 짚어볼 겸 감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부인을 먼저 사별로 떠나보내고 7년 후
아오야마는 이제 고교생이 된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에 눈치 채고 먼저 재혼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아들 시게히코.
이 이야기를 들은 아오야마의 친구 요시카와는 영화 관련 오디션을 열어서 여성들을 모집한 후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이 중에 아오야마는 아사미라는 신비로운 매력의 여성에게 빠져들게 되지만, 이내 같이 여행을 간 이후 홀연히 사라져 버린 그녀를 찾아나서면서 그녀에게 숨겨진 무서운 비밀들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착신아리>, <악의 교전>, <짚의 방패> 등등의 영화로 유명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대중들의 입장이고
진짜 매니악한 걸 찾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치 더 킬러> / <마스터즈 오브 호러:13th 임프린트> 같은 영화로 특히 더 유명한 편입니다. 특히 임프린트의 경우는....왜 미국 케이블 TV에서 방영 금지 처분을 먹었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아무튼 <오디션>은 그나마 그의 영화들 중에서는 나름 얌전한 편입니다 (?)
특히나 중반까지는 마치 중년의 새로운 사랑 찾기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기 때문에 '이게 뭐지?' 싶은 생각도 좀 드는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고어 씬의 잔혹성만 따지고 보면 <쏘우> 혹은 <호스텔> 같이 작정하고 사람을 썰고 자르고 하는 시리즈 보다는 약한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이 영화가 미이케 다카시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건, 바로 잔혹한 장면에서 배경 음악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효과음과 배우의 대사, 연기를 부각시킴으로서 스크린이라는 벽을 넘어 영화 속에 표현되는 고통을 생생하게 관객에게 전달시키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시종일관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의 아사미 역을 맡은 배우 시이나 에이히의 연기력이 특히 돋보이기도 했구요
다만, 이 영화가 원작은 97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무라카미 류의 소설이 원작이고
원작자의 성향 자체가 애초에 염세적이고 현대 사회의 병폐를 건조한 문체 +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이용해 풀어내는 작가인 걸 생각해보면 또 한 편으로는 참 의미심장하기도 하네요
애초에 오디션으로 재혼 상대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중년 남성은 사회에서 평가를 하는 쪽이고 여성들은 평가를 받는 쪽, 이라는 기묘한 구도를 만들어 냅니다
요즘 여자들은 다들 머리가 텅텅 비었어, 라며 편견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요시카와, 그리고 딱히 부정하지 않는 아오야마
그리고 자신의 나이와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아사미와의 관계에 대해 잘 안 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아오야마
이런 관계는 여성에 대한 일그러진 입장을 가진 중년 남자와, 그들의 환상이 어긋났을 때 느끼는 공포와 불안에 대해서
원작자인 무라카미 류는 소설을 통해 풀어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97년도의 일본에 살아본 적은 없으니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추측이긴 하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