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 ★★★▲☆ (3.5)
한 줄 평 : 간만에 각잡고 만든 J 호러
시놉시스
-아내 칸나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 히데키. 둘 사이엔 예쁜 딸도 생겼으나, 어느 날 부터 그들에게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악령의 소행이란 것을 알게된 히데키는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이들의 가정을 덮친 비극은 끊이지 않고, 각각의 인물들이 숨겨온 이야기가 조금씩 베일을 벗게 됩니다.
1.퍼즐식 전개의 즐거움
-겉보기엔 매우 행복하고 평범해 보이는 가정, 하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악령의 존재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평범한 오컬트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전개를 벗어나, '착한 인물' 이었던 인물이 '알고 보니 비밀을 숨긴 나쁜 놈' 이라는 전개로 진행 시키고 있어요. 좋게 보면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고, 자칫 잘못하면 캐릭터에 대한 억까를 만들 수도 있는 굉장히 위험한 전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캐릭터의 스토리 화자를 해당 캐릭터로 진행' 시키면서 일어날 수 있는 부조리함을 자연스럽게 없애버렸습니다.
즉, 사람이기 때문에 지나칠 수 있는 시야의 사각을 처음부터 생성시킨 다음에, 다른 캐릭터의 시선을 빌려 그 사각을 다시 조명시키는 식으로 말이죠.
덕분에 단순히 '깜짝 놀래키는 장면'들이 즐비한-점프 스케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꽉 채우며 시작합니다.
빌드 업 시작부터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시작한다는 건 상당한 이점이 될 수 있죠.
2.감독 특유의 영상미
-나카지마 테츠야 감독 특유의 영상미는 여기서도 발휘됩니다.
특히 첫 시작부터 보여지는 파란색과 붉은색 조명을 이용한 미술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걸작 <서스페리아 (1977)>를 떠올리게 하면서 시작부터 긴장감을 주고 있어요.
여기에 일본 호러 영화 특유의 찝찝하고 기분 나쁜 음산함이 아니라 앞에서도 말했던 '인간에 대한 드라마' 에 좀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취향 때문에 일본 호러 영화를 꺼린 사람들이라고 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3.아쉬운 중반부 이후
-그러나 중반부 이후부터 이런 장점이 상당히 퇴색됩니다. 결국 '악령을 퇴마한다' 라는 평범한 오컬트물의 전개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영화 초반부에 겉돌던 인물을 스토리 속 중심부로 끌고 오긴 하지만, 이미 생겨버린 드라마의 공백을 캐릭터로 메꾸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네요.
그나마 공백을 채우기 위해 굉장히 크고 화려한 퇴마 의식 이라는 이벤트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분명 배경은 일본인데 희한하게 한국식 무당과 굿판, 심지어 장승까지 세워 놓은 건 감독이 어떤 의도로 집어넣은 장면인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문제이긴 하네요
결국 이 영화의 드라마는 '일본 사회 속에 녹아있는 문제' 에 대한 사회 비판적 메세지도 어느 정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반부 이후 이미 스토리의 포커스가 '퇴마 의식' 에 집중되어 있으니, 이런 사회 비판적 메세지는 크게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느낌이 굉장히 덜해요
없어도 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이런 스토리로....?' 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뭔가 욕심이 과하다는 느낌이네요
4.총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다>는 굉장히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입니다.
비록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원작 소설에 대한 각색이 많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 내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럭저럭 각색은 잘 한 편이에요
제대로 잘 만든 일본 호러 영화를 보고 싶다면 제 입장에선 추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