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약스포)<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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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킷 |  2023-11-04 19:44:03 추천 비추 신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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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난다.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주는 영화는 극장을 나서는 순간 다시 시작된다
-by 아쉬가르 파라디

평점 : ★★☆☆

한 줄 평 : 폭발적 괴물과 시들어버린 실험성

시놉시스
-자동차 모터쇼의 쇼걸로 살아가는 알렉시아는 어릴 적 사고로 머리에 철판을 이식했습니다.

그녀에게 성애의 대상은 성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여자건, 남자건 말이죠. 심지어 그녀는 자동차와 충동적으로 성행위를 하고 나서 자신의 주변인들을 살해합니다

집을 나온 후 그녀는 실종자 아드리안으로 변장 후 그의 아버지 뱅상을 찾아가 아드리안 행세를 하며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됩니다


1.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데이비드 린치를 만났을 때
-시놉시스를 보고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는 분들이 정말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기계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메카노필리아 라는 이상 성애는 얼핏 보면 제임스 G. 발라드 원작,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희대의 문제작 <크래시> 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크래시>는 욕망의 도구로서 작동하지만,이 영화는 아예 주체적 욕망의 대상으로 등장한다는게 다르겠네요

여기에 자신에게 애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상대를 살해하고,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남자의 아들 행세를 한다는 급진적 전개는 데이비드 린치 영화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뭐랄까, <이레이저헤드>가 아주 조금 더 이해하기 쉬웠다면 이런 전개로 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2.괴물에 대한 영화
-극 중 알렉시아는 '규정을 파괴하는 괴물' 로서 움직입니다

살인을 하면 안된다는 사회의 법규와 사람이 사랑할 존재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깨트려 버리는 괴물로서 말이죠

그런 그녀의 존재는 초반부터 복선으로 보여지며 제목부터 이를 의도한게 아닌가 싶어요.

제목을 짚어보자면 티탄이라는 단어는 그리스 신화 속 올림포스 12신 이전, 즉 프로토게노이 이후 세상을 지배하던 거인족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들이지만,신화라는 신성성을 거둬놓고 본다면 하늘과 땅의 이종교배로 태어난 존재라고 볼 수 있겠죠

알렉시아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녀는 사고를 겪었고 유기체인 자신의 몸에 무기체인 티타늄을 이식하면서 전례없던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자동차를 보고 욕망을 느꼈고,더 나아가 임신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극중에서 그녀는 불로서 자신의 모든 과거를 태워버리려 합니다
불, 자체가 파괴를 뜻하니 그녀에겐 무엇보다 어울리는 행위이죠

이후 그녀는 여자인 알렉시아가 아니라 남자인 아드리안으로서 살아갑니다.

자신의 육체적 성이 아닌 남자로서의 사회적 성전환을 의미해요
이는 더 나아가 젠더학에서 말하는 젠더플루이드를 의미합니다
(젠더플루이드-젠더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성별)

특히 후반부에서 소방차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장면은 이걸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소방대원들이 인식하는 그 (그녀) 의 성별은 남성이지만, 마치 여자처럼 춤을 추는 모습에 혼란스러워 하는 건 현재 퀴어들이 주창하는 젠더에 대한 것을 보여주지 않나 싶었어요


3.사회에 대한 영화
-실종된 아드리안의 아버지,뱅상은 소방서의 대장입니다
그는 대원들에게 캡틴으로 불리며,남자로 가득한 소방서의 최상단에 위치한 인물이죠

이러한 공간 설정은 남자들의 사회, 더 나아가 가부장적 사회를 의미합니다.그가 남몰래 약물을 투약하는 장면은 맥락상 스테로이드로 보이는데,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소위 말하는 알파메일적 모습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보여요

또한 재밌는건 알렉시아가 불로서 파괴를 저지른다면,뱅상은 그 불을 꺼트림으로서 평화를 유지하는 소방 대원이라는 점입니다

극 중에서 알렉시아는 뱅상을 아버지가 아니라 남자로서 사랑하게 됩니다.이는 뱅상도 마찬가지인데, 그녀의 정체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포용하는 건 자신의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서임과 동시에

'당신들은 이런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라는 감독의 메세지로도 보입니다

뱅상과 알렉시아 (아드리안)의 키스 씬이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에요

둘은 육체적 성별로선 남자와 여자이지만 사회적 성별(위치) 로서의 시선으로 보면 남자 대 남자 이면서 동시에 아버지와 아들이기도 합니다

감독의 전작인 <로우>가 극단적 상황을 끌고 가는 영화였으니 이러한 성향이 여기서도 드러난게 아닌가 싶어요

결국 엔딩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리게 됩니다


4.당신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솔직히 오락적 재미를 추구하는 대중 영화의 팬이라면,이 영화는 정말 지독하게 혼란스러운 영화입니다

애초에 칸 영화제가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긴 했지만요.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PC주의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요

당신은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하고요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창조해낸 괴물이 영화 속에서 어디까지 파괴하고 또 어디까지 재창조를 해낼 수 있는지 지켜보는 영화입니다

다만 아쉬운 건 영화의 전개 자체는 좀 아쉬운 부분이 컸어요
중반부를 기준으로 그 전까지는 전개가 예상이 안되는 충격적 폭발의 연속이었다면, 이후로는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하느라 다소 느리고 얌전하게 전개되기 때문이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영화였고,감독의 데뷔작부터 줄곧 지켜보던 사람으로서 그녀가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치켜들었다는 사실에,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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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들고 있는 사람 jpg #텍스트, 문자 #책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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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장원영
후기 감사합니다
1 0 추천 비추 신고 대댓글 2023-11-05 09:30:28
테킷
재미있게 보셨기를 바랍니다 :)
1 0 추천 비추 신고 2023-11-05 18: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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