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마터스> 해석 /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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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킷 |  2023-04-03 21:29:53 추천 비추 신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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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 호러, 라는 신박한 단어의 탄생과 함께 국내에서도 갑자기 프랑스 산 공포 영화들이 매니아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던 때가 있었네요

<엑스텐션>을 시작으로 <인사이드>, <프론티어>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또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영화는 누가 뭐라 해도 이 <마터스>가 아닐까 합니다

프랑스 영화는 지루하다, 라는 편견을 뒤집어 버리고 빠른 전개와 미국산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극도로 비대해진 폭력은 확실히 감당하긴 어려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다만 저는 이 영화를 상당히 흥미롭게 봤어요
오해 하실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도 특별히 비위가 좋은 건 아닙니다
그저 앞서 말한 '단순히 자극적인 영화' 들에 비해서 이 영화에 은은하게 녹아있는 종교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흥미로웠어요

이 영화를 다 본 사람들은 대체로 다들 '너무 불쾌하다, 찝찝하다' 라고 하는데 전 이게 굉장히 정상적이고, 또 감독이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영화 속의 폭력은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울부짖는 주인공의 머리카락을 억지로 삭발을 시켜버리고 주먹으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두들겨 패고 때 되면 억지로 밥 먹이고....

일반적인 영화들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이다' 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쿠션 효과를 넣지만 이 영화의 폭력엔 그런 것이 없죠
게다가 이 현실적인 폭력 장면을 아무런 대사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계속해서 보여주니 불쾌할 수 밖에요

여기에 의문을 던지는 엔딩은 '나는 어쭙잖은 대답보다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좋다' 라고 말한 감독의 의도에도 상당히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밑으로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이 부분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단 영화를 1부와 2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루시가 자살하는 부분을 기점으로 자살하기 까지를 1부 / 이후부터 전개되는 내용은 2부로 나누면 조금 이해가 편하겠네요

1.1부의 테마, 인간
일단 루시와 안나의 존재는 '인간의 선과 악' 에 대한 부분을 의미합니다
이 영화는 성경을 일부러 비튼 흔적이 좀 보이는데, 루시의 이름은 타락천사 '루시퍼' 의 여성형입니다

그리고 루시가 계속해서 보는 환상 - 자신을 괴롭히는 여인의 모습은 '인간이 죄를 지은 이후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죄책감 or 죄의식' 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다음 의미심장한 장면이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가족의 모습입니다
이 가족은 루시가 찾아와서 총으로 몰살하기 전까지는 매우 평범하고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죠

하지만 별 것 아닌 것처럼 나오는 장면이 바로 아빠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엄마가 밖에서 하수도관을 수리하는 모습이에요
이게 의미심장한 이유는 성경에서는 가정에서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하는 걸 중시합니다

즉 남자는 바깥 일, 여자는 집안 일... 이런 식으로요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이 가족들 중에서 총에 맞고도 의식이 있었던 건 바로 엄마였어요
그런데 이 엄마의 이름이 '가브리엘' 입니다

성경에서 나오는 대천사의 이름 중 하나이죠. 그런데 보통 외국에선 '가브리엘' 이라는 이름은 남자에게 붙입니다
여성일 경우 보통 '가브리엘라' 라는 이름을 주죠

'루시퍼'의 여성형인 루시가 대천사 '가브리엘' 을 죽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완벽하게 성경을 비틀어 버리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통로가 집안에 굉장히 꼭꼭 감추어져 있고 이 안에는 또 다른 여성이 갇혀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족, 혹은 사람이라 할 지라도 숨겨진 죄악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2.2부의 테마, 믿음
루시가 자살을 하고 이제 다 끝이구나, 하는 순간 갑자기 의문의 종교 단체가 들이닥칩니다
인간이 극한의 고통에 처하게 되면 더 높은 경지의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믿는 '사이비' 스러운 냄새가 풀풀 나는 종교죠

이들은 안나에게 계속해서 고통 - 이라기 보단 그냥 고문을 하고, 이후 안나의 작은 속삭임을 들은 이 종교의 교주는 스스로 자살을 해버립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추측이 있었죠
저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으로) 안나가 '사후 세계는 없다' 라고 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교주가 자살한 것 역시 자신들이 믿었던 것이 잘못됐다는 충격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라, 믿음을 지키기 위해 자살을 했다고 생각해요

일단 종교가 유지 되려면 '믿음' 이 유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믿음' 이란 건 어떤 이성과 논리도 필요가 없어요. 그냥 '내가 믿는 것이 옳다' 라는 맹목적인 '믿음' 이 있어야만 해요

그리고 그 '믿음' 을 위해선 그럴싸한 근거 몇 개만 갖춰지면 됩니다
한 번 믿기 시작하면 그 이후는 일사천리죠. 교주가 자살하기 전에 자신의 비서 (혹은 보좌관) 와 했던 대화를 짚어보면

교주 : 죽음 뒤에 뭐가 있는지 생각해 봤어요?
비서 : 아뇨, 전.......
교주 : 그럼 계속 궁금해 해요

의문이라는 건 상당한 동기가 됩니다. 특히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의문이라는 건 그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죠
교주는 자신이 여태껏 믿었고, 또 믿고 왔던 허상이 깨지는 순간 현재의 종교 집단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 을 택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해석이었음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
* 출처 : 글쓴이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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