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혹은 상실
뜻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누구나 살다 보면 한 번 정도는 겪게 되는, 그리고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것 중 하나이겠죠
그것은 영화 속 주인공 코너에게도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코너. 그에게 이제 유일한 가족은 엄마 밖엔 없지만, 현재 엄마도 병으로 인해 하루 하루 죽어가는 상황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외할머니가 집에 찾아오긴 하지만 외할머니는 코너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듯 하네요
게다가 학교에선 따돌림까지 당하지만, 엄마가 걱정할 걸 우려해 차마 어디 말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러던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밤이 되면 나무 괴물이 코너에게 찾아옵니다
그가 원하는 건 하나, 자신이 3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마지막엔 코너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것이었죠
사람은 한 마디로 복잡한 동물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약국에서 약을 훔쳤다면 도둑이라며 손가락질 받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만약 그가 정말 너무나 가난한 집의 가장이고,그의 집에 병으로 몸져 누운 아버지가 있다면 누가 그에게 함부로 덮어놓고 욕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도둑질을 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 맞지만, 차마 그의 동기까지 욕하기는 쉽지 않죠)
이런 식으로 영화는 상황에 짓눌려 오도가도 못하는 한 소년의 아픔을 정밀하게 들여다 봅니다
어릴 땐 몰랐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아픔에 둔감해져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을 때
만약 그때 이 영화 속 몬스터처럼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라고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영화는 주인공인 코너에게 일어나는 하나 하나의 사건을 보여주면서도 코너의 감정 묘사를 잃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당신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지 않았었냐' 라고 되묻는 기분이었어요
여기에 특히 인상적인 것은 바로 중간 중간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파트였습니다
오히려 본편 영화보다 더 기억에 깊이 각인될 정도였지만 원작이 판타지 소설인 것을 반영해서인지 현실의 코너의 상황과 어색하지 않게 영화 전체에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어요
만약 원치 않는 이별을 겪으신 분이 이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손수건을 꼭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단순한 과장이나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로요